선진국형 건설산업 핵심으로 부상
국내제조사들 생산·판매전략 바꿔 미니굴삭기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대형 토목 위주에서 도시 재생과 유지관리 쪽으로 건설산업이 선진화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인력을 대체하는 구원투수로 미니굴삭기가 등장한 탓도 있다. 본지가 국내외 건기시장의 미니굴삭기 중심 재편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미니굴삭기 눈뜬 국내 완성건기업체=국내 건기완성업체들이 미니굴삭기 관심을 높이고 있다. 세계 굴삭기 시장이 미니(6t 미만)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이하 두산인프라) 자회사 두산밥캣은 지난 4월 파리 인터마트에서 2~4톤급 미니굴삭기 R시리즈 5기종을 공개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중량을 줄이고 굴착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기능·편의성도 한층 강화했다. 두산인프라는 지난해 10월에도 3.5톤 굴삭기(DX35Z-5)을 출시했다. 2미터 선회반경으로 골목·실내 등 좁은 공간 작업에 최적화한 제품. 분리형 캐노피, 야간작업용 LED램프, 경사지 작업편의 발받침대 등을 기본사양으로 적용, 경쟁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두산인프라 한 관계자는 “미니굴삭기는 국내 굴삭기시장의 25%를 차지한다”며 “기존 1.7톤 모델과 새 3.5톤 모델 등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종감이나 소음진동 및 작업제어 성능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기계(이하 현대건기)도 미니굴삭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말까지 인도 푸네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1만대 규모로 확대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중대형굴삭기를 연간 6000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는데, 공장 증설로 미니굴삭기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 2023년까지 현지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인도는 친시장·고성장 개발정책으로 올 7.4%의 경제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중국에 이은 건기 거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의 미니굴삭기 시장규모는 1조3천억원(2016년). 전체(3.8조원)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현대건기는 2015년 국내서 친환경·고성능 6톤급 2개 모델(HX60, HW60)을 출시한 바 있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각각 95%·40% 줄였고, 17%가량 향상된 67.8마력의 엔진출력으로 견인력·주행속도·선회력(旋回力)을 향상시켰다. 최근 5년 미니굴삭기에서 연평균 13%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이하 볼보건기)도 내수 미니굴삭기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3.5톤급 소선회 굴삭기(모델명 ECR35D)를 출시했다. 협소공간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에코 모드에선 연료절감 효과를 얻는다. 운전 사각지대를 없앴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쾌적한 운전 환경을 조성했다. 운전자 보호구조방지시스템(ROPS)을 적용해 외부충격이나 낙하물로부터 안전을 지키도록 했다. 세계시장 미니 24%, 꾸준히 증가세 △세계 건시시장도 ‘미니’가 대세=건기 전문 매체인 ‘인터내셔널컨스트럭션’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건기판매대수는 70여만대. 미니굴삭기가 15만4천대. 2016년에는 전체 68만여대 가운데 16만2천대였다. 전체 중 미니가 24%대. 전체는 3% 줄고 미니굴삭기는 5.2% 늘었다. 유럽에서 미니굴삭기 비중은 더 높다. 지난해 판매 16만5백대중에 6만2500대가 미니다. 39% 비중. 5년 연속 두자릿 수 증가율을 보인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이 1만5천대, 영국이 1만4천대, 프랑스가 1만1700대, 이탈리아가 7700대,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2500대다. 중국의 미니굴삭기 판매 비중도 높다. 지난 달 미니가 4267대 팔렸다. 점유율이 31.6%(중형과 대형 굴삭기의 점유율은 각각 31.9%, 8.7%)다. 올 1월에는 27.3%. 국내 증권업계는 중국 굴삭기 시장이 미니 또는 소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에서 미니굴삭기 약진 원인은 도시화. 소규모 건설현장에 쓰이는 미니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인건비상승에 따른 인력 대체 효과도 더해졌다.
세계 건기시장의 미니굴삭기 중심 재편은 건기제조산업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올 4월 파리 인터마트전시회에서 그 일면을 드러냈다. 세계 굴지 완성건기제조사는 모두 미니굴삭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 미국의 케이스(CASE)는 1.5t~5.4t의 C시리즈 미니굴삭기를 선보였다. 민첩성을 제공하는 제품. 자동변속기능은 조이스틱으로 제어하는 보조 유압 장치와 함께 신속한 작업을 돕는다. 독일의 바커노이슨(WACKER NEUSON)은 3.2톤급 굴삭기 2대를 선보였다. 수직 굴착이 가능하며 고르지 않은 표면에서도 최대 27도의 경사를 보정할 수 있는 특장점을 가졌다. 일본의 코마츠(KOMATSU)는 2월 유럽 시장에 PC30MR-5, PC35MR-5, PC45MR-5, PC55MR-5 미니굴삭기를 출시했다. 안전성과 편의성 그리고 운영비감소에 주안점을 뒀다. 전 모델보다 5% 연료소모를 줄였다. 영국의 제이씨비(JCB)는 4년만에 미니굴삭기를 출시했다. 1.5톤급인데 전복되도 조종사를 보호하는 조종실을 만들었다. 또 조종실 공간도 24%나 늘렸다. 일본의 구보다(KUBOTA)와 얀마(YANMAR)도 새 미니굴삭기를 출시했다. 구보다는 올 2월 두 개의 유압식 가변펌프와 기어 펌프가 장착된 KX030-4를 선보였다. 조종 피로감을 줄였다. 얀마는 미니굴삭기 출시 50년을 기념해 4가지 리뉴얼 모델을 출시했다. 1.8t에서 3.6톤 사이. 배출가스와 연료소모, 그리고 소음을 현저하게 줄였다. 이밖에도 남아프리카의 필러(FEELER), 미국의 존디어(JOHN DEERE), 중국의 샤니(SANY), 호주의 액리슨(AGRISON)도 미니굴삭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日업체에 넘긴 미니 내수, 탈환 전략 △커 가는 국내 미니굴삭기 시장=하락세를 거듭하던 국내 완성건기시장이 지난해부터 활황세로 돌아섰다. 내수시장이 미니굴삭기 위주로 재편되면서 생산·판매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건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사들이 판매한 크롤러 미니굴삭기는 8365대. 전년비 42.0% 성장세. 이 중 내수는 3219대. 5052대의 크롤러 내수판매 가운데 미니가 63%를 차지한다. 휠굴삭기 역시 내수 미니는 1371대(수출 포함 2201대)로 내수 전체의 32.4%를 차지하며 17.4% 증가율을 보였다. 2010년 내수 미니굴삭기는 41.7%였는데 지난해엔 49.4%로 뛰었다. 절반이 미니다. 5년새 10% 가까이 늘었다. 궤도굴삭기의 경우 2010년 50.8%(3215대)에서 63.0%로, 휠굴삭기는 2010년 24.6%(1069대)에서 32.4%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내수 중형(14t) 판매는 66.9%(2900대)에서 62.4%(2641대)로 줄었다. 두산인프라, 현대건기, 볼보건기 등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규모(대수 기준)는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 건산협 한 관계자는 “최근 소형·미니 굴삭기가 늘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미니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미니굴삭기 시장 지배력은 국내3사보다 해외업체들이 더 견고하다. 국내업체들이 한 때 미니를 등한시 한 탓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선진 해외업체들의 기술력을 앞세운 공세다. 구보다, 얀마, 코벨코, 히타치 등이 그 주인공. 이들 일본 업체들이 국내 판매하는 미니굴삭기는 연 2천5백여대. 매해 증가세다. 유재흥 삼정건설기계 사장은 “미니굴삭기는 선진국형 수요특성을 보이는데, 국내시장도 선진국형으로 바뀌는데다 인력대체 특성 때문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니굴삭기, 잘 나가는 이유는?=미니굴삭기의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를 업계는 크게 두 가지 꼽는다. 첫 번째는 대형토목 개발 수요 감소와 도시 유지·재생 증가에 따른 일감의 변화다. 국내 토목건설 투자구성비(건설협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2년 41.2%를 차지하던 토목건설이, 지난해 26.1%로까지 줄었다. GDP대비 건설투자 규모도 1990년 25.1%에서 지난해 16.6%로 줄었다. SOC(사회간접자본)예산도 2015년 26.1조원에서 올해 19.0조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도시 유지보수와 재생에 기반한 소형 건설현장은 늘고 있다. 지난해 한 광역도 건설현황을 살펴보면, △시장 기반시설 확충(40억원) △진입로 확포장(50억원) △건강공원 조성(40억원) △공영주차장 조성(16억원)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78억원) △공공체육시설 개보수(73억원) 등, 대부분 소규모 현장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개발이 마무리되며 새 이슈로 떠올랐고, 문재인 정부 들어 구체화됐다. 정부는 향후 5년간 50조원(연 1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더해, 정부와 자치단체는 지역밀착형 소규모 생활SOC에 내년 12조원을 투입한다. 토목SOC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형 경제로 진입하며 예고된 것이다. 앞선 일본에서도 그랬다. 일본의 공공 건설투자는 1985∼1990년 25조엔에서 1992∼1999년 30조∼35조엔으로 늘었다. 하지만 1999년부터 10년 연속 감소해 2008년 15조엔을 기록했다. 한국도 2025년쯤 선진국형으로 진입할 전망. 대형개발이 완료되고 건설시장이 줄다 도시 관리·재생 시장으로 현상 유지하며 선진국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한국이 건설투자 비중을 10%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도시재생과 유지·보수 활성화가 필수. 미니굴삭기 증가의 두 번째 이유는 소비자인 건기대여업자의 수입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성격을 띠고 있다. 대형굴삭기 수요가 주는데다, 미니의 경우 적은 투자로 도시 재생과 유지보수 수요를 활용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그렇다. 국내 건기대여시장은 영세 1인사업자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 또한 변화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인다. 1인사업자가 생계비를 벌기가 쉽지가 않아서다. 그 뒤에는 ‘규모화’ 추세가 도사리고 있다. 다기종을 여러 대 보유한 대여업체가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경기도에는 20개 기종·규격 중소형 건기 70대를 보유한 업체도 있다. 친환경·자동화 촉진, 렌탈성업 우려도 △미니굴삭기가 부른 건기산업 변화=미니굴삭기의 확대는 친환경 건기 저변을 넓힐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건기는 최근 미국 커민스사와 함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미니굴삭기를 개발했다. 100% 전기로 구동되는 3.5톤급 미니굴삭기로 최대 8시간 가동이 가능하며 기존 디젤 굴삭기와 동일한 작업 성능을 발휘한다. 전기모터를 사용해 소음저감과 함께 연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김대순 부사장(R&D본부장)은 “2021년 북미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전기굴삭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볼보 역시 전기 미니굴삭기 생산·판매에 앞서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 첫 전기 미니굴삭기를 공개한 바 있다. EX2는 3~5t 규모로 19kWh 리튬이온배터리 2개를 사용한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한번 충전으로 8시간 작업이 가능. 냉각장치도 필요없어 소음도 90%를 줄였다. 조만간 상용화할 전망이다. 미니굴삭기는 자동화를 촉진하고 있다. 일본 아스라테크가 카나모토(Kanamoto)사와 제휴해 미니굴삭기를 원격 제어하는 체험형 조종석 컨트롤러(카나로보, KanaRobo)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봇을 미니굴삭기에 장착, 조종자가 원격으로 제어하는 제품이다. 장착된 3축 자이로 센서에서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위험한 지역이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건기와 로봇을 투입해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니굴삭기는 렌탈사 확장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국내 미니굴삭기 수입판매 업체들 대부분이 렌탈영업을 겸하고 있다. 한 미니굴삭기 수입판매업체 관계자는 “미니굴삭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렌탈)업 매출이 늘고 있다”며 “매력적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미니다 보니 자격증 따기가 쉽고 투자비도 적어 렌탈업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건설기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기획 미니굴삭기 대세 도시 유지관리 재생 건설산업 재편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