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을’인 건기대여사업자들이 ‘갑’ 건설사의 횡포로 임대차계약서 작성 의무를 못 지켰어도 법 위반 과태료를 내야 하는 등 이른바 ‘쌍벌규정’으로 신음하고 있다. 도로파손과 교통사고를 예방할 취지의 화물차(건기 중차량) 과적 금지 조항(도로법)상 억울한 쌍벌을 금지하는 것과 비교해도 상반된 것이어서 규제개혁이 절실해 보인다.
건기관리법 제44조(과태료)에 따르면,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자’(동법 22조 1항 위반)에게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임대인(건기대여사업자)과 임차인(건설업자) 모두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의 이른바 ‘갑질’에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을’ 건기대여사업자의 경우 황당하기 그지없다.
‘임대차계약서 요구할 거면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건설사의 갑질에 건기사업자는 뾰족 수가 없다. 대여금을 떼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면 먹고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갑질’을 묵인하는 데 갑의 잘못에 과태료까지 내야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에 건기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 발의돼,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진석 의원(천안갑, 국토위)이 대표 제안했는데, 임대차 계약서 작성의무를 위반한 ‘갑’ 임차인(건설사)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것. 하지만 국토부는 ‘계약 당사자간 형평성 및 제도정착에 필요하다’며 쌍벌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법규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화물차(건기 중차량) 과적금지 조항의 경우 ‘쌍벌규정’이 오래전 해소돼 시행 중이다. ‘도로파손과 유지관리비·교통사고 증가’ 원인인 화물차(건기) 과적(도로법 제77조 3항 및 117조 1·5항) ‘쌍벌규정’을 2014년 개정했다. 과적차량의 경우 이를 시킨 사업자와 이에 따른 운전자를 처벌하되, ‘운전자가 시킨 자의 위법을 신고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과태료의 부과·징수 및 재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질서위반행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을’ 건기임대사업자들에게 ‘갑’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건 위 법리를 위반한 것이다.
건설산업에서 가장 아래에 자리한 건기대여사업. 아랫돌이 빠지거나 무너지면 전체 산업 피라미드가 통째로 붕괴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모르는가. 힘이 없다거나 또는 관행상 무시해도 되는 업계 얘기라서 그런가. 국토부 제발 좀 정신 차리자.
<저작권자 ⓒ 건설기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사설·해설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