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대여료 체불해결, 서울시 나섰다

[기획] ‘대금e바로’·‘호민관제’ 등 촘촘한 그물망 실효 거둘지...

건설기계신문 | 기사입력 2015/06/29 [17:54]

건기대여료 체불해결, 서울시 나섰다

[기획] ‘대금e바로’·‘호민관제’ 등 촘촘한 그물망 실효 거둘지...

건설기계신문 | 입력 : 2015/06/29 [17:54]
‘하도급 부조리개선’ 7대정책 발표
민간공사도 불공정거래 척결 노력
하도급 감독관제·특사경제도 검토


서울시가 건기대여료 체불 해소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도급사, 건기대여업자, 자재업자, 건설노동자 등 건설산업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의중이 담긴 것인데, 기존 ‘대금e바로’·하도급부조리센터·공정하도급조례에 이은 7가지 정책을 새롭게 선보여 관심을 끈다. 본지가 서울시의 관련정책을 들여다봤다.

△새로 도입하는 불공정거래 근절 제도=서울시는 지난달 21일 하도급 부조리 개선을 위한 7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상습 체불업체 ‘삼진아웃제’ 실시 △민간공사까지 하도급부조리 해결 △특별사법경찰의 불법하도급 감시(검토) △‘하도급 감독관제’(검토) 등은 새로운 제도. △대금 e바로 시스템 사용률 확대는 기존 제도를 확대·보강한 것. 건기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현장인력 투명관리시스템 도입 △하도급 및 공사품질 관리 강화 정책도 도입됐다.

새롭게 도입된 ‘상습 체불업체 삼진아웃제’의 경우, 그간 체불신고시 시정명령 수준에 그쳤고 해결되면 종결처리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민원이 해결되더라도 최근 1년내 3회이상 신고·적발된 업체에는 시정명령 없이 곧바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상습업체에는 연 2회의 정기감사와 연 10회 기획감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민간공사 하도급 부조리 해결정책’으로는 ‘하도급 호민관제’(시행)와 ‘불법하도급 신고지킴이’(검토중)가 채택됐다. ‘하도급 호민관제’는 두 명의 변호사(김래완·조일영)를 호민관으로 선발해 불법·불공정 현장 조사·감시를 담당토록 했다. 상습체불·불공정거래 업체를 신고 없어도 직권조사 하며, 법규위반을 행정처분할 수 있다. 법·제 제개정도 제안할 수 있으며, 피해자에 법률 자문(관급공사)과 상담(민간공사)도 제공한다. 전화(02-2133-3088)와 이메일(homin@seou.go.kr)로 연락할 수 있다.

‘불법하도급 신고 지킴이’는 인력이 부족한 감독·조사 한계를 줄이려는 취지다. 건기업자나 현장노동자를 지킴이로 위촉해 현장의 불법·불공정을 신고토록 하는 것. 제보 지킴이의 익명을 보장한다. 이현정 주무관(건설안전과)은 “불법·불공정 제보를 조사해보면 서류상으로는 거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현장을 하는 이들의 도움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부 운영계획은 아직 마련되진 않았다.

‘불법하도급 특별사법경찰제’도 검토되고 있다. 감리원 및 공사감독의 조사·수사 한계를 극복하고, 불법행위 증거자료 확보와 자금흐름 등을 수사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식품·위생·의약·환경 등 8개 분야에서 특별사법경찰이 활동하고 있다.

‘하도급 감독관’을 시공사에 배치하는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공사품질·불법하도급 등을 감시하게 된다. 그간 발주처가 용역업체(감리)에 위탁해 감시감독했는데, 소홀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공무원이 직접 감독을 하게되면 불법하도급과 품떼기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건기업체 피해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한창 공사중인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단지 민간공사.     © 건설기계신문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한 정책도 발표됐는데, ‘대금e바로’ 시스템 사용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안에 시 발주 모든 공사에 대금e바로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75%의 사용률. 불만사안이던 업무제휴 은행도 4곳에서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는 의무대상이 아닌 소규모 공사현장에도 시스템을 사용토록 할 예정이다. 확인시스템 사용자 교육도 월1~2회 실시하며, 모니터링을 주 1회 갖는다. 불응시 발주기관 및 시공업체에 시스템 사용을 촉구하고, 계속거부하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건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아니지만, △현장인력 투명관리시스템 △하도급 및 공사품질 관리 강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기존제도 보완이 이뤄지는 것 중 하나는 하도급부조리신고센터 신고방법 확대다. 전화·방문 접수를 받던 것을 온라인(http://eungdapso.seoul.go.kr)과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제도 개선으로 신고포상금 상향도 추진된다. 현재 신고포상금은 부과 과징금의 7%. 내년에는 10%로 상향, 제도 실효성을 제고한다. 시는 2009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대금e바로’, ‘하도급지킴이’로 확산


△서울시의 기존 불공정거래 근절 제도=시는 건기임대차계약을 비롯한 불공정하도급 개선을 위한 제도를 여럿 시행해 왔는데, 가장 눈길을 끈 건 대금지급확인시스템인 ‘대금e바로’다. 건기업계의 호응을 얻었고, 타 지역은 물론 조달청 대금지급시스템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대금e바로는 건기대여료·임금체불을 시 관급공사에서 만큼은 없애겠다며 2013년 전국 최초로 시스템화 한 것. 시가 약정 금융기관(4곳)에 공사대금과 별도로 건기대여료·임금을 지급하면 원·하도급사를 거치지 않고 건기업자와 노동자 계좌로 직접 입금되도록 한 것. 시와 산하기관 발주공사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하도급부조리센터도 건기대여료 체불 방지를 위한 제도중 하나. 2011년 3월 감사관실 산하에 개소했고, 이어 25개 자치구·공사·공단 감사부서에도 확대 설치됐다. 민원이 접수되면 발주부서가 먼저 해결하고, 미해결시 감사관실이 조사해 추가조치토록 했다.
▲하도급부조리센터의 신고접수건수. 본지 취재결과 장비·자재 신고의 90% , 전체 신고의 40%를 건설기계가 차지할 만큼  많았다.      © 건설기계신문

건설공사 공정하도급 관련 조례도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2011년 10월 ‘서울특별시 공정하도급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로 탄생한 것. 하도급직불제, 하도급 표준계약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등의 정책을 뼈대로 하고 있다. 건기대여료 체불 원인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조례는 부조리신고센터 설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 기존제도 평가=대금e바로의 경우 발주처가 건기대여료의 지급을 확인하고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는 만큼, 원하도급사의 경영 상황과 관련 없이 대여료를 받을 수 있어 건기대여업자들에게 큰 호흥을 얻었다. 시와 산하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75%가 대금e바로 시스템을 활용하는 만큼, 정착단계에 있다.

서울시의 시스템을 본 떠 조달청도 2013년 12월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정부계약 공사의 하도급 계약부터 건기대여료 지급 등 전 과정을 전자적으로 처리토록 한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초기 실적은 저조했다. 홍종학(기획재정위, 새정치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하도급지킴이’ 이용실적은 343건으로 나라장터 전체 시설공사 13만8990건의 0.25%에 불과했다. 시행 두 달 뒤 본지가 취재한 결과에서도 이 시스템으로 대금지급이 이뤄진 건 3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 1년 6개월에 규모 1조원을 돌파하며 건설시장 대금지급시스템으로 안착하고 있다. 조달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721개 기관이 하도급지킴이 등록을 완료했으며, 이중 359개 기관이 최소 1건 이상의 계약을 하도급지킴이로 관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이용 건수는 1521건(발주기관-원도급사), 금액으로 9조6천억원(연차년도 금액 모두 포함)에 이른다. 지난 4월 하도급지킴이의 법적 근거가 될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공정하도급·체불방지 조례확산 주도


하도급지킴이가 확대될 수 있었던 건 건기대여업계의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대금지급시스템을 눈여겨 본 건기대여업자들이 각 자치단체에 동일한 제도 도입을 요구했고, 타 자치단체는 서울시 보단 정부기관인 조달청 시스템을 본뜬 하도급지킴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대금e바로나 하도급지킴이의 대금지급방식에 문제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건설사가 고의적으로 ‘기입누락’을 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 일부 건기대여업자들은 시스템이 있는지 조차 몰라 피해를 키웠다. 서울시 발주 공사장에서 지난해 9월부터 3달여간 굴삭기 작업을 한 김씨(51)도 이런 피해자. 대금e바로 시스템이 도입된 곳이었는데도 대여료 600만원을 받지 못했다. 건설사가 이씨의 작업 사실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

지난해 서울시 산하 SH공사 아파트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박씨(53)도 “대여료를 네 달 만에 받았다”며 “시스템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런 피해가 자꾸 터지는 건 건설현장의 뿌리깊은 불법하도급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다단계 불법하도급을 감추기 위해 건설사들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서울자주식굴삭기협회(회장 이병기) 설명에 따르면, 대금e바로 시스템이 도입된 관급공사라 할지라도 건설사들이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건기를 조달하고 고의적으로 전산에 입력하지 않는 경우, 건기 체불이 발생해도 발주처가 이를 알 수 없고 제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도 마찬가지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건기대여사업자들은 컴퓨터나 모바일 등으로 자신이 전산에 등록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등록돼 있지 않다면 신고하거나 건설사에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금e바로와 하도급지킴이 모두 자체 홈페이지가 있으며, 건기대여업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없이 자신의 이름(또는 업체명)과 계좌번호만으로도 시스템 등록여부와 대여료 지급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시스템에 등록되면 SMS(휴대폰 메시지 문자)가 발송된다. 또 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기존계좌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서울시 하도급부조리센터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본지가 서울시를 통해 입수한 바에 따르면, 2013년 건기대여료 체불로 센터에 신고·접수된 건수는 105건(총 248건, 비율 42%)이었고, 지난해에는 98건(256, 38%)이었다. 하도대·자재대금·노임 등도 있지만 건기대여료 체불 신고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도급부조리센터에 신고된 최근 3년간 건기대여료 체불 기간을 살펴보면, 3개월 이하가 54%, 4~6개월이 29%, 6개월 초과가 17%였다. 체불액은 5백만원 이하가 36%, 1천만원 이하가 21%, 5천만원 이하가 35%였다. 김영수 주무관(하도급감사1팀)은 “건기대여료 등 체불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례 제·개정도 건기대여업에 고무적. 제정 당시 하도급 거래에 국한됐지만, 개정을 거치며 건기대여료 보호조항들이 생겨났다. 2013년 10월 개정에서 ‘장비(건기)임대료’가 처음 등장했고, 대금e바로 시스템을 시 관급공사서 의무 적용토록한 것도 조례다. 이 조례는 타 지역에도 영향을 끼쳐,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들이 속속 제정되고 있다.



“제도 있어도 활용치 않으면 무용지물”


△제언=건기대여료 체불해소 등 불공정하도급 척결을 위해 서울시가 여러 제도를 마련한 것은 건기대여업계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건설산업 하도급거래 약자를 보호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건기업계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이병기 서울자굴협회장은 “제도뿐 아니라 우리를 대하는 담당공무원의 태도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타 지역 건기대여단체들도 서울시의 건기대여업자 보호 관련 행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금e바로 등도 그랬고 최근 도입된 ‘호민관제’ 등의 실효성이 확인되면 관할 지자체에 도입요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주성 경기건기연 회장은 “서울시가 호민관제를 시행한다고 해 살펴봤다”며 “건기대여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해 경기도에서 조만간 제도 도입 건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도 필요하지만 업계 자발적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를 마련하면 정착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수라는 지적. ‘건기대여료 지급보증제’가 법적의무임에도 체불피해가 계속되는 건 대여업자들의 요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성진 서울건기연 회장은 “남 탓만 하지 말고 업계 스스로가 보호·발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도 업계 자구노력 중요성을 언급했다. 하도급 부조리 개선 정책으로 검토되는 ‘하도급체계 개선 T/F’나 ‘원·하도급사 상생협약’에 건기대여업계도 참여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필요하다면 건기대여업계 참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건기업계로부터 어떤 주문도 받은 적이 없다”며 “피해를 줄이려면 당사자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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